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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영상에 ‘점묘법’을 들이다 [유재석 로봇공학전공 교수]

  • 조회. 596
  • 등록일. 2021.06.01
  • 작성자. 대외협력팀
유재석 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 송혜주 로봇공학전공 석사과정 연구원

 

“프랑스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은 색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반대로 점묘법의 개념을 의료영상 기술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3월 26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의생명 초음파 연 구실에서 만난 유재석 로봇공학전공 교수가 마치 미술작품 처럼 보이는 영상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상 속에는 수 많은 점이 모여 그려낸 혈관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 고 있었다.


점으로 찍어 그리는 초음파 영상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는 X선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 명영상(MRI) 등과 함께 대표적인 영상장치로 꼽히며 의료현 장에서 널리 활용된다. 안전하고 빠르게 환자의 상태를 볼 수 있으면서 비용까지 저렴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초음파 영상진단장치에도 단점은 있다. 유 교수는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는 대부분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기초 진단 장비로 사용될 만큼 활용도가 높다”며 “다만 초음파의

특성상 관찰하고자 하는 인체 내 위치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상의 해상도는 회절한계(diffraction limit)에 의해 결정 된다. 회절한계란 광학 시스템의 성능이 회절 효과에 의해 제 한되는 현상이다. 회절은 파동이 장애물을 통과해 뒤편까지 전달되는 현상으로, 반사가 일어나야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대 부분의 영상장치의 성능을 낮춘다. 회절한계는 파장의 길이 와 조사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이론적으로는 대상의 크기가 회절한계보다 커야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파장이 짧은 초음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짧은 파장의 초음파는 투과력이 약해 몸속 깊은 곳까 지 침투하지 못한다. 위나 대장 같은 장기는 긴 파장의 초음 파로 촬영할 수밖에 없는데, 진단에 적합한 고해상도의 영상 을 얻을 수 없다.

유 교수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 회절한계 보다 작은 물질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해당 물질을 중심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점확산함수(point spread function) 형태 의 신호가 만들어진다. 유 교수는 이 신호의 중심에 물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이를 작은 점 신호로 바꿨다. 이 점 수만 개를 모아 합치면 실제 해당 물질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마 치 다양한 색의 점을 수없이 찍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내 는 점묘법과 같은 원리다. 유 교수는 “이 방법은 201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초해상도 현미경에 적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초해상도 초음파 영상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유 교수는 “초해상도 초음파 영상은 동시에 수만 장의 영상을 처리해 한 장으로 만들어내는 만큼 실시간 관찰이 어렵다”며 “천문학 연구에서 활용하는 방식으 로 영상처리 속도를 높여 한 장의 초해상도 영상을 만드는 데 150초가 걸리던 것을 0.6초가량까지 단축해 실시간에 가까 운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석 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 연구실

 


영상 속 잡음이 귀중한 신호로

초음파의 발전은 해상도의 향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초음 파 영상진단장치의 송수신 신호 처리 방법을 개선한다면 형 태 외에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유 교수는 “하나 의 장비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중 모드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잡음으로 취급받던 신호를 어떻게 분석하는지에 따라 가치 있는 정보가 되 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중 모드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로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정 보로는 혈류 흐름, 화학 조성, 물리적 성질, 광음향 정보 등이 있다. 특히 화학 조성과 물리적 성질은 질병의 조기진단에 중 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조직의 탄성도를 측정해 암을 진단 하거나, 혈관 내 지방 조성을 측정해 뇌출혈 위험성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의료영상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하려는 노력도 활발히 진 행 중이다. 촬영된 의료영상을 AI가 해석해 질병의 진단을 돕 는 것이 목표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전문 지식을 갖춘 의 사의 영역이지만, 이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실수를 보완하거 나 또다른 해석 방법을 AI가 제시할 수 있다. 유 교수가 참여 하는 국제공동연구팀은 현재 미국에서 AI가 분석한 영상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유 교수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초음파 영상 속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글 : 대구=이병철 기자 과학동아 alwaysame@donga.com
사진 이규철

과학동아 2021년 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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