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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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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상자에 쏙 담아 자동차 배기가스 없앤다

작성자홍보팀  조회수2,431 등록일2020-11-02
꽤어려워요 융복합파트너@DGIST #금속유기구조체 #축구장크기_표면적가진_모래알 #알록달록 #화학결합 정낙천(신물질과학전공 교수), 박선호(신물질과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이 작은 알갱이 하나의 표면적이 축구장 크기만합니다. 금속유기구조체(MOF)가 나노 구조를 가진 첨단소재이기 때문이죠” 9월 2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초분자 무기화학 연구실에서 만난 정낙천 신물질과학전공 교수는 알록달록한 알갱이가 담긴 유리병을 내보이며 이렇게 설명했다. 알갱이는 언뜻 모래알처럼 보였다. 금속유기구조체라는 이름이 낯설었다.


약물 분자를 담는 튼튼한 나노 상자
“말 그대로 금속 이온과 유기물을 결합해 만든 3차원 결정 구조입니다. 표면적이 넓어서 화학물질을 담는 튼튼한 상자로 쓸 수 있죠.”

정 교수는 금속유기구조체의 독특한 구조를 강조했다. 금속유기구조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십여 개의 원자로 이뤄진 비교적 작은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격자무늬 결정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때 구조체 내부에는 이온이나 작은 분자를 가둘 수 있는 수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공간이 많이 생긴다. 정 교수팀이 만든 금속유기구조체는 이처럼 다공성 물질이며, 결정1g의 표면적이 가로100m, 세로100m일 정도로 부피당 표면적이 넓다.
금속유기구조체는 넓은 표면적을 이용해 특정 기체를 효율적으로 가두거나, 약물을 구조체에 담아 전달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금속 이온이나 유기물의 종류를 달리하면 여러 가지 금속유기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 가령 2가 구리 이온(Cu2+)으로 만든 금속유기구조체로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2019년 정 교수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존 2가 구리 이온 금속유기구조체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금속유기구조체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피부 미백제로도 사용되는 방향족 유기화합물질’ 하이드로퀴논(H2Q)’을 환원제로 사용해 1가 구리 이온(Cu+)을 포함한 금속유기구조체를 만들었다.Doi: 10.1021/jacs.9b02114
새로운 금속유기구조체는 기존 금속유기구조체처럼 직경이 1.5nm인 다공성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일산화탄소 분자를 특이적으로 흡착하는 새로운 특성을 보였다. 이를 자동차 배기관에 부착하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유해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금속유기구조체가 특히 수분에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금속유기구조체의 대부분은 수소화붕소리튬 등 물 분자와 반응성이 높은 환원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물에 담그면 구조가 무너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이 제작한 1가 구리 이온(Cu+)금속유기구조체는 수분안정성이 높은 하이드로퀴논 환원제를 사용해, 공기 중 수분에 노출돼도 2년간 변형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하다. 심지어 끓는 물에서도 일주일간 구조를 유지할 정도다.

금속유기구조체 상용화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박선호 신물질과학전공 석박사 통합과정 연구원(맨오른쪽) 금속유기구조체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연구를 하고있습니다. 화학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금속 유기구조체를 찾아 상용화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정낙천DGIST신물질과학전공 교수팀이 개발한 금속유기구조체

공유결합은 강하고, 수소결합은 약하다?
연구팀은1가 구리 이온(Cu+) 금속유기구조체를 제작하면서 화학결합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하는 성과도 얻었다. 일반적으로 양이온과 음이온이 결합하는 이온결합, 두 원자가 전자쌍을 공유하는 공유결합 등의 화학결합은 결합의 세기가 강하다고 알려졌다. 반면 물과 같이 수소 원자를 포함한 분자가 부분적으로 극성을 띠면서 주변 분자들과 서로 끌어당기는 수소결합은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에 비해 힘이 약하다.
그런데 연구팀은 금속유기구조체를 연구하던 중 배위결합(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화학결합)이 수소결합보다 먼저 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 교수는 “바람이 불 때 연약한 갈대보다 강인한 대나무가 먼저 부러지는 현상이 화학결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속유기구조체를 이루는 원자간의 결합 세기를 측정해보니 수소결합보다 약한 배위결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결과였다.


정 교수는 “분자간 상호작용과 화학결합은 서로 다른 화학적 개념이 아니라 단지 세기의 차이일 수 있다”며 “이 둘의 개념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결합 이론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앞으로 기초과학 연구에 더욱 매진할 계획을 밝혔다. 정 교수는 “혹자는 과학은 끝났고 기술만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단언하지만, 기초연구가 없는 발전은 초석 없이 기둥을 세우는 것과 같다”며, “어떤 물질을 이용하더라도 물질에 대한 화학적 이해가 필수적이므로 화학결합에 관한 기초과학적 연구는 계속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