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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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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공학전공-배터리의 생로병사, 최장 수명 예측한다

작성자홍보팀  조회수2,879 등록일2019-05-01

[융복합 파트너] 배터리의 생로병사, 최장 수명 예측한다

DGIST@에너지공학전공

“스마트폰 배터리의 설계 수명은 2년입니다. 하지만 실제 수명은 사용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를 평가하고, 배터리의 수명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용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등에 공급되는 배터리가 사용 환경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는 과정을 밝히는 배터리의 ‘생로병사’를 연구한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에어컨부터 눈에 들어 왔다. 총 3개가 달려 있었다. 배터리 성능을 체크하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의 열을 식히려고 다른 연구실보다 에어컨을 3배 더 달았다. 이 교수는 “지난 겨울에도 에어컨을 계속 돌려 대학원생 9명과 학부연구생 8명은 실험실에서 외투를 못 벗었다”고 말했다.

1~1000μm 두께로 잘라 리튬이온 확인


현재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널리 쓰인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에 코발트나 니켈 등을 혼합해 산화물로 만든 양극(+) 활물질과, 전도성이 뛰어난 흑연으로 만든 음극(-) 활물질,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전해질과 분리막 등을 넣어 만든다.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두 극의 활물질 사이를 오가며 충전과 방전이 이뤄지는 원리다.


스마트폰용 리튬이온배터리는 5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사용자가 배터리를 하루에 한번씩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평균 수명이 2년쯤 되는 셈이다. 짧은 시간 최대 성능을 내기 위해 재료를 촘촘히 채워 넣어 에너지 밀도를 최대로 높인 탓에 전기차용 배터리(약 10년)보다 수명이 짧다.


항간에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하고, 추운 날에는 전력이 남아 있어도 전원이 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아다닌다. 이 교수는 “다양한 비파괴분석법을 이용해 실험해보면 이런 얘기가 과학적으로도 맞다”고 말했다.


비파괴분석법은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터리의 특성을 연구하는 기법으로, 전류를 일정하게 흘려 전압 변화를 측정하거나(정전류법)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 조사한다(정전압법).


이 교수팀은 이런 기법을 이용해 리튬이온배터리의 충전율이 20% 미만일 때 저항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저항이 큰 상태에서 배터리를 계속 사용하면 리튬이온이 양극 활물질로 들어가면서 배터리 내부에 물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또 이 교수팀은 배터리를 고속 충전하는 경우에도 이 같은 손상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 다.doi:10.1016/j.jpowsour.2017.08.094


이 교수는 “추운 겨울에는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져 배터리 양쪽 전극 사이의 전압이 당초 설계된 값보다 낮아지면서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스마트폰을 손으로 비벼 열을 발생시키면 전압이 순간적으로 회복돼 긴급 통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의 물리화학적 특성 변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분해해 각 요소를 살펴보는 파괴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이 교수팀은 독창적인 분석 방법인 ‘마이크로 대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마치 대패로 고기를 매우 얇게 잘라 내듯 리튬이온이 출입하는 전극 활물질 층을 1~10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두께로 잘라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변화를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파트 한 층에 여러 가구가 사는 것처럼 전극 활물질 한 층에도 리튬이온이 자리 잡는 공간이 여러 군데”라며 “전극 활물질을 1μm 두께로 잘라 충전과 방전 시 나타나는 물리적 변화를 관찰하면 배터리의 성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팀은 이렇게 얻은 배터리의 성능 변화 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해 차세대 배터리를 설계하는 모델링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로는 활물질과 전해질을 모두 고체로 구성하는 전고체배터리가 대두되고 있지만,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처럼 전극 활물질과 충분한 접촉 면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리튬이온이 이동할 통로가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doi:10.1016/j.ensm.2019.03.012


이 교수는 “이온전도도가 높은 고체 전해질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배터리 성능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접촉 면적이 충분히 확보된 전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델링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배터리 구조를 시험해 완성도 높은 구조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김진호기자 과학동아 twok@donga.com
이미지 출처 : 사진 이서연

과학동아 2019년 05호